전희영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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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풍경  I  53 x 45 cm  I  Oil on Canvas  I  2010

EXHIBITION TITLE
고요한 소요
 
DATE
2022. 09. 19 - 2022. 10. 19

 ARTIST
전 희 영
Heeyoung Jeon





 

#1

이번에는 어떤 의도로 그릴 거냐는 물음에 “의도는 없어요 그냥 마음 흐르는 데로, 붓 가는 데로 그린다”고 말했다. 의도가 없다는 말이 생경하다.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고 봤을 때, 그의 작업은 세심하게 계획되고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작업은 의도, 목적, 작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종종 내 작업을 산책에 비유하곤 한다. 어떤 목적성도 없이 걷는 걸음, 우연을 담보로 하며 걷는 걸음은 자유롭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우기 위해, 비우기 위해 걷는 걸음은 산책에 묻어있다.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는 걸음은 산책이 아니다. 나 자신을 잊으려 걷는 걸음이 산책이다. 나는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와 같다고 생각했다.

나의 그림이 보는 이의 심중에 고요한 소요를 일으킬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램일 뿐 나의 소관이 아니었으므로 그 후에 일어날 것에 대해 나는 골몰하지 않았다. 오직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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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I  65 x 53 cm  I  Oil on Canvas  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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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I  50 x 61 cm  I  Oil on Canvas  I  2019

#2

선을 그리고 차곡차곡 색을 입히고, 돌연 그것을 지우고 해체하고 다시 형상을 입혀가는 작업은 그린다기보다 짓는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림의 어원을 “그리다”에서 찾는다면 내 작업은 그리는 것이 맞지만, 내 작업의 형태는 짓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듯,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그림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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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I  72 x 91 cm  I  Oil on Canvas  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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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I  72 x 91 cm  I  Oil on Canvas  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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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I  73 x 50 cm  I  Oil on Canvas  I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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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I  27 x 41 cm  I  Oil on Canvas  I  2010

#3

그리지 않고선 못 배기겠는 걸, 굳이 그 마음을 분석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본능과 같았다. 회귀에 대한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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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I  60 x 40 cm  I  Oil on Canvas  I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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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I  65 x 53 cm  I  Oil on Canvas  I  2016

#4

어떤 풍경, 그 풍경이 담고 있는 정서, 나를 사로잡는 정서가 있다.

그것을 말로 풀어낼 재간이 나에겐 없다. 인간의 언어는 얼마나 조악한가? 한국문학의 한 축을 이루신 조정래 작가는 소설을 쓰는 자신보다 시를 쓰는 아내를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칭했다. 나는 그분의 심중을 이해할 것 같았다. 시의 세계란 그런 것이다. 적은 언어로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것이다.

내 그림의 풍경이 시가 되었으면 했다. 메타포를 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풍경이 담은 정서가 공유되기를 바랬다. 그림은 나에게 비정형의 언어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표현의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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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안에서  I  45 x 65 cm  I  Oil on Canvas  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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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아이  I  72.5 x 117 cm  I  Oil on Canvas  I  2022

Circle-BP19  I  72.7 x 72.7 cm  I  Oil on Canvas  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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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아이  I  72.5 x 117 cm  I  Oil on Canvas  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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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I  65 x 90 cm  I  Oil on Canvas  I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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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I  65 x 90 cm  I  Oil on Canvas  I  2016

#5

그림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결국은 희열이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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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영 Heeyoung Jeon  I  고요한 소요  I  갤러리 민님  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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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I  27 x 35 cm  I  Oil on Canvas  I  2010